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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언론

아이와 살 수 있도록, 약값 좀 내려주세요

아이와 살 수 있도록, 약값 좀 내려주세요

항암제 ‘잴코리’ 비보험,  폐암환자 치료포기 원인


김연희 환자리포트 기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후원금’과 ‘재난적 의료비’로 이제까지 버티어 왔는데, 그마저도 다 썼네요. 그리고 최근 전세금을 빼서 이사까지 온 상황이어서 벼랑 끝까지 몰렸답니다. 약값이 비싸 치료를 포기한다는 말들이 남 얘기 같지 않아요.”


극단적으로 몰린 자신의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박소연 씨. 아직 30살이 청춘이지만 그의 삶은 70-80년 인생을 산 사람만큼 구구절절하다.  현재 그는 폐암 투병 9년째이다. 21살에 어학연수 비용을 모을 요량으로 구했던 회사에서 건강진단서을 요구하기에 받았던 건강검진. 그곳에서 이상소견으로 대학병원에 갔는데, 치료를 받으면 2년 그렇지 않으면 6개월이라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이었다. 그 병원에서 모래알 흩뿌려 놓은 듯 암이 퍼져서 자신들은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 



[사진] 폐암투병 9년째인 박소연 씨는 이제 겨우 30살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 투병생활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 ‘후원금’과 ‘재난적 의료비’, 게다가 ‘전세금’까지 빼서 치료비에 보탰지만 아직도 치료비는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철이 없어서인지, 믿기지 않아서인지 첫 진단을 받았을 때는 덤덤했어요. ‘그냥 암인가 보다.’ 했죠. 그런데 치료가 시작되자 그 고통과 현실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인지되더라고요. 첫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너무 힘들어 도망갈 때도 있었고, 주사실의 ‘주’자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와 고생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딸을 위해서라도 살고파


소연 씨는 그저 억울하기만 했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고 세상이 미웠다. 첫 항암치료를 끝나고 친구들과 놀러간 스키장에서는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리기도 했다. 넘어졌는데 힘에 부쳐서 일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분노마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마음을 다잡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딸 때문이다. 


사실 소연 씨는 ‘미혼모’이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던 중이어서 생리가 끊겼다. 임신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중요한 것은 그 자신도 아기 낳기 3주 전이 되었을 때야 임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임신 증상이 그저 항암 부작용으로만 알았던 탓이다. 산달이 다 되어서도 티가 나지 않아서 더욱 그랬다. 항암치료 도중 쇼크가 와서 쓰러지지 않았다면 출산 순간까지 모를 뻔 했다.  유산을 고려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아이를 키우기가 쉬운 것은 아니에요. 엄마도 아프시고 저도 항암치료를 받은 날, 너무 몸이 힘든데 아이마저 장염에 걸려서 너무 속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이는 제가 살아가야할 이유에요. 예전에는 약 먹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 먹고, 불성실하게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딸 때문이라도 어디가 아프면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고 모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약 한 알에 약 17만원, 재난적 의료비 그 이상


살아야겠다고 굳건하게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번씩 흔들리기는 한다. 모두 다 그놈의 돈 때문이다. 모든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을 때도, 국립암센터 선생님이 “더 이상 치료해 줄 것은 없다.”는 사형선고 같은 말을 들었던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삶에 대한 끈’이었지만 항암제 비용을 마련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사진] ‘잴코리’를 만나고 가쁜 호흡도 가라앉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기침과 가래 등 증상이 완화되었지만 약 한 알에 거의 17만원 하는 약값 때문에 현재 소연 씨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작년 4월에 소연 씨는 국립암센터에서 치료가 불가능해지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서울대병원에 갔다. 거기서도 담당의사가 “국립암센터의 치료가 모두 적절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도 별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말을 했다. 다만 “혹시 모르니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나 받아보자.”라는 제안을 해왔다. 소연 씨는 정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우리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곡히 기도드렸다. 그런데 기적처럼 유전자가 맞아서 새로운 항암치료제 ‘잴코리’를 만날 수 있었다. 


과거 항암제와 달리 ‘잴코리’는 1주일을 채 복용한지도 안했는데 기침과 가래가 완화됐다. 5계단 오르기도 힘들었는데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숨 가쁨 증상이 나아졌다. 보통 다른 항암제는 그러다가 다시 악화됐지만 ‘잴코리’는 그렇지 않았다. 1년 이상 복용하고 있지만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서 지금 소연 씨에게 ‘잴코리’는 유일무이한 생명줄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잴코리’는 약 한 알에 거의 17만원이나 된다. 비보험 약이라서 그렇다. 다행이라면 박소연 씨가 B형 간염보유자라는 것. 하루 두 알을 먹어야 하는데, 두 알을 모두 복용하면 간수치가 높아져서 한 알밖에 복용할 수 없다. 아픈 것이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래도 한 달 치료비용은 재난적 의료비 그 이상이다.  폐암 환자에게 치료비가 어디 항암제뿐이겠는가. 


“정기적 검진에서 나은 모습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다가도 막상 처방전을 받으면 약값에 한숨부터 나와요. 조금이라도 약값 싼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을 정도로 비용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해요. 한 번은 약 먹기를 거부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 쇼크가 와서 응급실 실려 가고 그랬었죠.”


소연 씨는 약값을 줄여보고자 ‘잴코리’ 다음 항생제 임상실험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B형 간염보유자라서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이제는 정말 ‘잴코리’만 먹어야 했다. 하지만 비용이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꽉 잡고 있는 의지라고는 하지만 자꾸 힘을 빼는 원인 되고 있다. 그래도 자신은 5백여만 원이지만 두 알 드시는 분들은 천여만 원이라면서 너털웃음을 보이는 소연 씨. 


“큰 소원이라면 건강해져서 아이랑 하루 종일 놀이공원 가서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과 아르바이트라도 좋으니 남들처럼 일하는 것이에요. 지금 저를 치료해지는 ‘잴코리’가 건강보험이 돼서 가격이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그 누구보다 간절한 것도 이 때문이죠. 정말 우리 아이와 함께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은 제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약회사 ‘화이자’의 가장 높으신 회장님과 박근혜 대통령님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님 모두 모두 도와주세요”





[영상] 박소연 씨는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은 열가지 버킷리스트가 있다고 했다. 


그의 열번째 버킷리스트는 "민하 결혼식에서 손잡고 행진하기"이다. 그녀는 아빠가 없는 민하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이 엄마 역할도, 아빠 역할도 모두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식장에 아빠 손잡고 들어가는 것을 엄마인 자신이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오면 신부보다 엄마인 자신이 더 많이 울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박소연 씨가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 버킷리스트가 꼭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해 "민하엄마 소연씨의 버킷리스트" 홈페이지(http://xalkori.tistory.com) 를 만들었다. 


민하엄마 소연씨가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으신 분은 신한은행 100-27-007159(예금주: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후원하면 된다.